기타

(에리슬레) 언니를 찾아서

책과 집 2023. 4. 22. 20:44


현대au
슬레타랑 에리크트는 여덟 살 터울
원작 나이대로라면 에리크트가 25살이고 슬레타가 17살 쯤 되었던 거 같아서 여기서도 그렇게 설정함


근! 친! 주의
개연성! 없음


-



내가 태어나고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아직 철도 들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었던 때, 좋은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아직까지도 늦게까지 태명으로 불리우던 때, 내게 이름보다 먼저 붙은 오명은 제 언니 잡아먹고 태어난 동생이었다.

나랑 아주 똑 닮고 영특했던 언니는 12살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다가 내가 태어나고 4살이 되었을 즈음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죽었더랜다. 아니, 죽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나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게 물어보아도, 내 나이의 다섯 갑절은 산 어르신들에게 물어보아도 많이 아팠었다는 말만 반복할 뿐 그 끝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준 적이 없다. 그저 멀리 떠났다고만 대답할 뿐이다. 사실 이젠 진짜로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언니는 나를 정말 아끼며 보살피던 다정한 사람의 모습이었기에. 그 어디에도 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생 앞이라고 일부러 더 강한 척 연기했던 걸까?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 애정하고 챙겨주던 언니는 어느날 병원에 맡겨져 한 달에 몇 번 정도 밖에 만날 수 없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헤어졌다. 어찌됐든 이제 언니는 없으니 앞으로도 영영 진위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내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제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해줄 법도 한데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린 나를 배려해서 그런 식으로 말한 건가 싶었지만 내가 점점 나이를 먹고 자라감에도 여전히 똑같은 대답을 들려주는 것을 보고 무언갈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니는 살아있는 걸까? 그렇다면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왜 내게 돌아오지 않고 13년이 지나도록 떠나있는 걸까? 지금쯤이면 언니는 25살이 되었을 터인데, 그렇다면 이제 성인이니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태어난 이후 여러 병치레를 겪으며 아팠다고 했으니 혹 내가 미워서 오지 않는 걸까? 10년 넘게 이어진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내 머릿속 한 군데에 자리잡아 오늘도 나를 괴롭게 한다. 자매의 빈자리에 대한 결핍은 내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었다. 왜 언니가 네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이제는 그 질문에 답을 할 때다. 나는 언니를 찾아나설 것이다. 이미 수백번 시도하고 수백번 실패하고, 기억 속의 언니는 흐릿해진지 오래고 집안에 남은 사진은 모두 창고 속에 처박혀 먼지와 함께 썩어가고 있지만, 나에게는 내 언니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직도 남아있다. 바로 내 얼굴.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 내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 에리는 정말 너랑 똑같이 생겼었지. 그 아이가 지금 네 옆에 있었다면, 너희 둘을 구별하기 정말 힘들었을 게다.

어머니의 일터에서 만나뵈었던 교수님은 나를 볼 때마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 어릴 때부터 언니를 돌봐왔대나. 혹시 그렇다면 언니의 행방도 알고 있을까 싶어 찾아뵐 때마다 물어보았지만, 으레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 교수님 또한 씁쓸한 미소만 지으며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언니가 죽은 게 아니라면 왜 모두들 그 사실을 숨기는 것일까? 확실하게 살아있다고, 다만 사정이 있어 못 만나는 것뿐이라는 말조차 왜 해주지 않는 것일까? 아직도 겨우 걸음마를 뗀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미 그 때에서 벗어나 점점 어른의 길로 다가가고 있는데.


인터넷이 발달해서 좋은 점은 지구 끝에서 끝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도 하고 작은 창을 통해 얼굴을 볼 수도 있다는 거다. 가령 내가 평생 갈 일 없다고 여겼던 생경한 나라의 사람과 친구가 된다거나. 너무나 작고 구석에 숨겨져 있는 나라라 이름조차도 낯선 그 국가에서 나는 친구를 사귀었다. 이름은 에어리얼. 그러니까, 닉네임 말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닉네임. 하긴 어떤 바보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냉큼 알려주겠는가.

그런데 하나 이상한 점은 먼저 친구 신청을 한 건 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게다가 더 의아한 점은 내 계정이 학교 친구들과 교류하기 위해 만든 비공개 계정이라는 거다. 외부에 노출될 일도 없고, 그마저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대체 왜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계정인데 이 사람은 이걸 어떻게 찾았을까? 그리고 왜 친구 신청을 했을까?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정보는 프로필에 있는 내 사진과 이름 뿐인데. 혹시 원래부터 나를 알고 있던 사람은 아닐까 싶어 친구 신청을 받은 뒤 누구냐고 쪽지로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웬 낯선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었다. 번역기로 돌려본 문장의 뜻은 이거였다. “아름다운 사진이네.”


당신이 내 이름과 얼굴을 알았으니 나도 당연히 당신의 것들을 알 권리가 있다며 가르쳐달라 요청했지만 언제나 대답은 같았다. ”비밀이야.“ ”그게 그렇게 궁금하니?“ ”세상에는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 1명 이상 존재한대. 으스스하지 않아?” 이리저리 회피하며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는 그 모습에 속에서 약간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했지만 인터넷 속 사람에게 뭘 그렇게 집착하나 싶어 스스로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그렇게 며칠, 몇 개월이 흘러 어느정도 사이가 가까워졌을 무렵 나는 내 가족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적 잃어버린 언니를 찾고 있다고.

그렇게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억나는 게 거의 없으니까. 내가 태어나고 자라자 언니가 갑자기 아팠고 그렇게 사라졌다. 여기에 어떤 말을 더 덧붙일 수 있겠는가? 나조차도 아는 게 거의 없는 걸. 언니가 죽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그 의심이 확신이 되었을 무렵, 언니를 찾아오겠다고 집을 나선 적은 여러번 있었다. 치기 어린 도전은 무모했고 어리석었으며 경찰의 힘을 빌어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머리가 조금 자라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내 스스로 집에 돌아오는 방법을 깨달았을 때, 그 뒤로도 종종 집을 떠나 내 자매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녔으나 언제나 마지막은 같았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 ‘내 언니를 찾습니다.’ 라는 이름의 계정을 만들어 소셜 네트워크에 사정을 올리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잠깐 관심을 받아 수면위로 살짝 떠올랐을 뿐 이내 곧 가라앉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거의 푸념에 가까운 이런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하고 있자니 문득 내가 왜 얼굴도 모르고 진짜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 사연을 구구절절 말하고 있나 싶어 말을 멈췄다. 아무리 기다려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상대방이 의아함을 느꼈는지 쪽지를 보냈다. “그래서?”

- 그냥, 그냥 그렇다고. 신경 쓸 거 없어.

괜히 이야기 한 거 같아. 뒷말은 구태여 말 할 필요 없는 거 같아 입속으로만 삼키고 글로 쓰지 않았다. 언니 이야기를 하자니 입 안이 쓰고 텁텁했다. 꾸역꾸역 음식을 삼킨 것마냥 속이 더부룩하고 체한 듯 가슴이 답답했다. 역시 말하지 말 걸 그랬어.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도 괜히 찝찝한 마음만 들 터다. 이러다가 사이가 서먹해지면 어쩌지. 아, 어차피 인터넷 친구인데 뭐! 됐어, 상관없어. 뭐라하면 그냥 욕 먹고 말지 뭐. 인상을 찡그리며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며 스스로 고통받고 있을 때 알람이 띠롱, 하고 울렸다. 외국어로 된 짧은 문장을 번역기로 돌려보자 나는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뭐라고?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네가 뭘 도와? 우리 언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평생 모르다가 방금 내가 이야기해줘서 처음으로 안 거잖아! 괜한 짜증이 치밀어올라 뭘 어떻게 도와줄 거냐고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다 너무 날카롭게 말했나 조금 후회하고 있을 무렵,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쪽지가 날아왔다. 사진에는 비행기표 한 장이 찍혀있었다.

”나 마침 너희 나라로 여행가거든. 가서 같이 찾아보지 뭐.“

뭐야? 또 다른 황당한 소식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너는 왜 여기로 여행을 오는데?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 왜 하필 여길?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언어의 한계로 인해 추리고 추려 번역기로 짤막하게 한 문장 만을 보냈다.

- 왜?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 말이었다. 왜. 네가 왜. 여길 왜. 그리고 나를 왜 도와? 왜 같이 찾아주려 해? 나랑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도와주진 않았는데. 너는 왜 날 도와주려 해? 언어의 장벽 없이 서로 마음껏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연신 물음표만 보내자 조금 있다가 연락이 왔다.

“넌 내게 소중한 사람이거든.”

아, 그러셔.

퍽이나 그러시겠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믿어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나? 지금까지는 아무도 안 도와줘서 나 홀로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두 명이서 같이 찾는 거니 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어찌됐건 인력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뜸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 좋아.




*


“나 08시 쯤 공항에 도착해. 하도 오랜만이라 헤매지는 않을지 모르겠네.”

마지막으로 6시간 전에 온 쪽지를 다시금 보며 슬레타는 공항 편의점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앞뒤로 까닥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 사람 얼굴도 이름도 모르잖아. 알아볼 수가 있나? 아니면 이 사람이 먼저 나를 알아볼지도 모르지. 사진도 이름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뭐야, 이렇게 보니 정말 불공평하네. 직접 대면하는 그 날까지도 사진 한 장 안 보내주다니! 이따가 만나면 뭐라 한 소리 해야겠어. 고작 인터넷 친구 사이인데 이러는 건 좀 이상한가.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한 걸! 아니, 아니지. 것보다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우락부락한 덩치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달린 아저씨면? 날 납치하려고 지금까지 꼬드긴 거라면? 여러 괴이한 망상과 불안감에 다리를 달달 떨며 슬슬 불쾌감마저 들 즈음 핸드폰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확인해보니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쪽지가 와 있었다. 드디어! 슬레타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근데 나는 얘 얼굴 모르지.


- 너 인상착의 뭐야? 얼른 말해.

혹시나 그 아이가 자신을 먼저 알아볼까봐 슬레타는 부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엘레베이터 뒤 쪽에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놀래켜줘야지. 지금까지는 나만 휘둘렸는데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설마 여기까지 와서도 숨기겠어? 이 낯선 타지에서.

문득 아까 본 쪽지 내용이 생각이 났다. 분명히 하도 오랜만이라 헤매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지. 그 말은 예전에도 여기 온 적이 있다는 건가?

과거에 여기서 살았던 걸까? 아니면 여행을 이미 온 적이 있었던 걸까? 어째 캐면 캘수록 점점 궁금증만 쌓여가는 느낌이 들어 슬레타는 고개를 옆으로 푸르르 털어 잡념을 떨쳐내려 애썼다. 어찌되었건 이제 곧 만날 것이니 그때 다 물어보면 된다. 설마 얼굴을 마주보고 물어보는데도 모르는 척 회피할까! 그 정도로 매정하진 않겠지. 이제 슬슬 답장이 왔을까 싶어 핸드폰을 보았지만 여전히 알람은 울리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뭐야, 진짜 알려주고 싶지 않다 이거야? 설마 지금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자신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살짝 빼어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의 무리를 살펴보자 곧 누군가가 눈에 들아왔다. 믿을 수 없는 누군가가.



‘에리는 정말 너랑 똑같이 생겼었지. 그 아이가 지금 네 옆에 있었다면, 너희 둘을 구별하기 정말 힘들었을 게다.’

에리. 에리크트.

흔치 않은 굵은 눈썹과 불처럼 타오르는 듯 한 붉은 머리칼을 한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 캐리어를 끌고 핸드폰을 확인하며 마치 누군가를 찾듯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피곤해서 잘못 본 건가 싶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항에서 꾸벅 졸며 기다리느라 무거워진 눈을 꾹꾹 눌러 초점을 맞추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그 사람이 보였다. 말도 안 돼. 단숨에 뛰쳐나가 당신이 내 언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슬레타를 저지했다. 정말로 내 언니가 맞을까? 만약에 다른 사람이면? 그냥 닮은 사람인 거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나를 닮은 사람이 이 세상에 흔할까? 만약 이번에 놓치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지? 이런 순간이 또 언제 찾아오겠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늘어지는 사이 저 멀리 점점 작아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슬레타는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며 온 몸을 쿵쿵 울렸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벅차올라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마침내 어깨를 붙잡고, 그가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슬레타는 비로소 자신의 언니를 마주볼 수 있었다. 13년 동안 찾아헤맨 언니를.

자신의 눈과 같은 영롱한 푸른빛의 눈동자, 화염처럼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그 얼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그 얼굴. 주변에서 보면 영락없이 자매라고 착각할 듯 한 그 얼굴. 분명히 할 말이 많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머릿속이 텅 빈 것만 같았다. 그저 강한 확신만이 들 뿐이다. 이 사람이 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사람이라고.

“어, 어, 언– 언니.”

언니 이름이 뭐였더라? 그게, 그러니까. 에리크트. 에리크트 사마야. 바보같게 어버버거리며 말을 꺼내자 상대방이 풉 하고 웃는다. 그제서야 뒤늦게 제정신이 든다. 아차, 설마 다른 사람인가? 언니가 아닌 건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패닉하기 시작하자 상대방이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한다. 안녕, 슬레타. 그 동안 잘 지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안심을 한다. 언니가 맞다. 내 어린 시절 나를 돌보아주고 챙겨주던 언니다. 13년 동안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질문과 걱정과 고민들이 스르륵 눈 녹듯이 사라진다. 나는 그제서야 평안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언니임을 확인하고서야 그동안 쌓아두었던 질문들이 용기를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대체 어디 있었어? 왜 나를 그동안 찾아오지 않았어? 왜 다른 가족들은 다들 언니가 죽었다고 거짓말 했어? 왜 나를 홀로 남겨두고 갔어? 왜? 반가움과 서러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토해내듯 말을 하자 언니가 나를 안아준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냐는 듯 등을 토닥이며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손짓에 설움이 폭발해 말도 제대로 못 잇고 눈물만 펑펑 흘리며 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끅끅거리며 훌쩍인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힐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상관없다. 13년 만에 내 자매를 되찾았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퉁퉁 부은 눈가를 손으로 비비며 언니로부터 살짝 거리를 두고 떨어진다. 옷이 온통 내 콧물과 눈물로 범벅되어 엉망이다.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이런 추태를 보여 부끄러움에 고개를 아래로 젖히고 눈치를 본다. 언니는 여전히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할 말이 너무 많다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자 표정이 조금 굳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자신은 그 집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당황하여 왜 그러냐 묻자 그러한 사정이 있다고, 이미 여기서 지낼동안 묵을 호텔은 예약해뒀다고 원한다면 너도 당분간 거기서 지내자고 제안한다. 다만 가족에게는 나를 만난 건 비밀로 해달란다. 나는 의아함을 느끼지만 그 동안 보였던 가족의 이상한 모습과 언니의 불안한 눈빛에 알겠다 답하고는 언니의 손을 잡는다. 잠깐, 근데 뭔가 잊은 거 같은데. 어. 뭐더라...



아.


그때 뒤늦게 에어리얼 생각이 났다. 큰일났다. 아까부터 계속 날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부랴부랴 어디냐고 쪽지를 보내자 바로 앞에서 띠링, 하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하니 고개를 들어보니 에리크트가 웃으며 핸드폰을 흔들었다.

핸드폰에는 에어리얼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


슬레타가 원래 이렇게 자아가 뚜렷하고 총명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원작처럼 가스라이팅이랑 세뇌 없이 사랑받으며 잘 자랐다면 다른 성격으로 자라나지 않았을까 싶음 원작 초기 설정마냥 독립적인 사령관 성격의 슬레타도 궁금하다

밑은 걍 짧은 썰임 더 이상 글로 풀기에는 기력이 없다...

에리크트가 간 병원... 정신병원임 사유는 근친짓하다 걸려서(ㅋㅋ) 농담이고 어린 슬레타를 보는 눈빛이 너무 이상해서 주변에서 다들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던 거면 좋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둘이 격리시키려고 입원시킴 그러다가 걍 해외로 입양 보낸거면 좋겠다 오~ 개막장집안

멀쩡하던 에리가 슬레타 태어나고 이상하게 변했다며 슬레타 싫어하는 사람도 집안에 은근 있었을 듯

슬레타는 하도 어릴 때라 자라면서 기억 날조돼서 걍 자기 잘 챙겨주던 착한 언니라고만 기억하고 있음


집안에서 에리크트를 그리워하는 거 같으면서도 다들 쉬쉬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집안의 터부인 거임 어긋나고 변질되고 이상한 존재... 그래서 슬레타랑 안 만나게 조치해놓은 건데 미친얀데레시스콤근친충에리는 기어이 슬레타의 계정을 알아내 접근하고야 만다
sns에서 먼저 자기 정체 알려줬으면 들뜬 슬레타가 가족에게 말할까봐 겁나서 가족 아닌 척 낯선 사람인 척 외국인인 척 행세하며 계속 비밀로 하다 확실하게 둘만 만나는 날 자기 정체를 알려주는 에리크트 음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아니 쓰고 보니 이거 좀... 화란은영 아님? 어쩐지 기시감 들더라 나이차 나는 근친인 것까지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