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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AU

책과 집 2018. 2. 24. 02:20




살인마와 생존자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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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 생존자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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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어느 날, 그는 밤늦게 산책을 갔어. 잠이 유독 그 날 따라 안 오기도 했고, 평소보다 어두워보이는 밤하늘에서 창문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온 방을 훤하게 물들여줄 정도였지. 이렇게 아름다운 달이라면, 무릇 밖에 나가 야외에서 보고 싶어지는 게 아니겠어? 그도 그랬던 거야. 그는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와도 같이 갈까 싶었지만, 깊이 잠든 친구의 밤을 깨우고 싶지 않았어. 그는 홀로 보기로 결심했지. 간단하게 옷을 차려입고, 운동화를 신고, 조용히 집 현관문을 열어 그는 걸었어. 밤하늘에 높이 뜬 달은 마치 바다에 빠진 것처럼 보였어. 정말로 깊은, 너무나 깊어 바닷속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그런 바다 말이야.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걸었어.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어.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것을 느꼈던 거야. 아무리 밤이라지만 사람도, 풀벌레 소리도, 지나가는 차 하나도 없다니. 이건 좀 이상하지 않아? 전조등이 깜박깜박거리며 자신을 나타내자 그는 흠칫 놀랐어. 이윽고 불안한 느낌이 들어 그는 자신의 집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는 그 후로 보이지 않았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걷던 그 거리에서도, 자신의 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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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그는 어느 날, 달빛이 유독 아름다웠다고 했던 밤에 사라진 자신의 친구를 찾고 있었어. 자신의 방에 찾아와 곤히 잠든 자신을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나간 친구를. 사실 자신도 달빛이 이뻐 잠들지 않았던 그 밤, 그는 자신의 친구가 곧 산책에서 돌아오리라 생각했어. 하지만 이틀, 나흘, 일주일, 곧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는 자신이 직접 찾아나서기로 결심했어. 어디서 달빛을 구경하다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달빛 속에서 그를 구해내기 위해서. 그리고 또 다시 그 때와 똑같은 달빛이 창문 사이로 비춰 방으로 스며들던 밤, 그는 친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현관문을 열고 밤 산책을 나섰어. 사라져버린 자신의 친구를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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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 둘 중 하나 살인마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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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그는 정처없이 걸어다녔어. 이상하다, 이 쯤 되면 집이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변함없이 똑같은 경치에 그는 이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지. 그 때, 모닥불이 보였어. 거리에 웬 모닥불이냐는 생각에 그는 모닥불 주위에서 잠시 몸을 녹였어. 그리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는 숲 속으로 바뀌어 있었어. 그는 황급히 일어나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가 떴지만 상황은 여전히 똑같았어. 정말로 꿈을 꾸는 건가 싶어 고통을 줘봐도, 아프기만 할 뿐 꿈에서 깨지는 않았어. 그는 그 때부터 숲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짓을 하기 시작했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파악할 수도 없고 어두운 밤하늘로 오직 밤인 것만을 알 수 있는 그 공간에서 그는 빠져나가기 위해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기 시작했어. 때로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이 이상해졌거나 환각을 보고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얼마나 지났을까 모닥불 주변에서 잠들었던 그는 깨어나 보니 웬 처음보는 공간에 와 있었어.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찌뿌등한 몸을 일으키며 그는 주위를 둘러봤지.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은 사라지고 ‪질척거리는 땅의 느낌과, 축축한 흙냄새와 안개가 낀 듯 희뿌연 공기가 몸에 와닿았어. 전조등은 금방이라도 꺼질듯이 깜박깜박 거리고, 곳 곳에는 발전기와 커다란 갈고리가 걸려있는 나무 기둥이 놓여있었어. 그리고 저 멀리 커다란 문이 하나 보였지. 발전기가 여러 개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발전기를 돌려야만 문을 나갈 수 있는 것 같았어. 몇 개를 돌려야 하는지, 얼마나 돌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돌려야 했어. 일단 해봐야 뭔가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주섬주섬 발전기에 손을 대자, 드르르릉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며 반짝였어. 주변에서는 까마귀가 가끔씩 까악까악 울어대며 나무 위에 앉아있었어. 이런 곳에 까마귀라니, 차라리 토끼나 다람쥐였다면 더 좋았을 걸. 그는 신경을 끄기로 하고 발전기를 고치는 일에 열중했어.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그는 자신 주변으로 몰려들던 까마귀들이 날아가 버렸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어. 왜 갑자기 날아간 거지? 그는 의아했지만 딱히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발전기를 다 고치자 환한 빛이 나며 쿠르릉 돌아가기 시작했어. 얼마나 돌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다른 발전기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숲 속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어.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인가 했지만, 이런 이상한 공간에 누군가가 살고 있을리는 없었어. 그렇다면 자신처럼 이 공간에 갇힌 또 다른 사람인가하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분위기가 이상했어. 섬뜩하고, 도망가야 하는... 그런 느낌이었지. 잡히면 죽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본능이 도망치라 부추겼지만, 그는 어째선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이 들었어.

잠깐, 저건... 스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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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곧 자신이 이상한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정확히 말하면 그 공간이 자신을 잡아먹었다고 해야겠지. 똑같은 거리였지만 왠지 위화감이 들었어.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어. 자신의 친구도 이 공간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그는 뚜렷한 목적지도 정해두지 않은 채 무작정 걷기 시작했지. 어차피 모르는 길이니 여기서 뭘 할 수 있겠어? 걷는 수밖에. 그는 계속 걸었어. 얼마나 걸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지만 그는 계속 걸어갔어. 자신의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정처없이 떠도는 발걸음이 슬슬 느려져 갈 때 주변이 갑자기 바뀌었어. 바로 전까지는 없었던 모닥불이 갑자기 자신의 앞에 생긴 거야. 따뜻하지만 그렇게 뜨겁지도 않은 커다란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있었어. 주변은 온통 숲으로 뒤바뀌고, 오랜 시간동안 걸어 지친 그는 잠시 모닥불 주변에서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어. 이윽고 곧 잠에 빠져들었지. 얼마나 잠을 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어나보니 따뜻했던 모닥불은 사라져있고 숲이었던 주변은 집들로 가득했어. 익숙한 풍경, 맞아. 여기는... 자신이 아까 걸었던 그 거리였어. 그런데 참 이상하지. 언제 생긴 건지도 알 수 없는 발전기들과 커다란 갈고리가 걸린 막대 기둥이 곳 곳에 놓여있었어. 뭐지? 원래 여기에 이런 게 있었나? 나는 돌아온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는 확신했어. 이곳은 여전히 그 공간 안이라고. 몇 시인지 알 수 없지만 밤하늘만이 이곳이 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어. 주변에 보이는 발전기로 보아 이것들을 고쳐야지만 무언가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안개가 끼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거리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형태는 그것이 곧 커다란 문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어. 발전기, 그리고 커다란 문이라. 발전기를 고쳐야지만 나갈 수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은 그는 발전기를 고치기 시작했어. 어째서 이곳에 갈고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야. 까마귀들이 주변에서 까악까악 울자 뒤늦게 까마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어. 하도 어두워서 가뜩이나 검은 색인 까마귀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지. 시간이 지날수록 까마귀들이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들자 그는 고치던 발전기를 잠시 놓고 까마귀를 쫓았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모여들자 곧 포기하고 다시 발전기를 고치기 시작했어. 그런데, 발전기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어. 익숙한 실루엣, 익숙한 느낌. 하지만 몸은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어. 온 몸으로 느껴진 그 느낌은, 그저 멀뚱멀뚱 구경하기에는 확실히 안전한 것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는 도망갈 수 없었어. 누군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았어. 자신이 그를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이 느낌. 그래.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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