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집 2018. 12. 6. 20:10




마르코가 16년 만에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를 산책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개와 산책하면서, 까마득하게 자신의 옛 기억 속에 묻혀 추억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마을을 다시 되새기며 떠올렸다.

- 여전히 변함없구나, 하긴 당연하니까.




- 아, 안녕, 얘들아.

그는 말을 더듬었다. 짐짓 그는 선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의 친구들을 본 것 또한 16년만이었다. 마르코는 어색하게 손동작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의 친구들은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아직은 어색하다.

그는 차차 적응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그 때와 똑같은 14살 짜리의 몸이라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았다. 학교도, 마을도, 하다 못해 가로등 하나까지도 모두 그대로였다.

- 16년이 지났는데.
그는 고개를 숙였다.





- 16년 동안 뭐하고 지냈어?

그의 친구가 그에게 묻는다. 여러가지로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 여기는...
- 여기서는 8분이지만.
그는 말을 삼키었다. 14살부터 16년 동안 목숨 걸고 생존하며 지내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자신의 텅 빈 방을 바라보았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여전히 그대로다. 16년 전 기억 그대로. 그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 그의 친구또한 그를 따라 눈을 깜박인다. 너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건 자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