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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엘사가 안나의 머리가 아닌 눈을 상처 입혔다면

책과 집 2020. 2. 4. 19:27




엘사가 만약 안나의 머리가 아닌 눈을 상처 입혔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갈색 머리카락이 마법 맞은 부분만 하얗게 변한 것처럼 눈 쪽에 얼음 형태로 흉터 남고 동공은 서리 모양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엘사는 그 길로 추방되는데 내쫓긴 게 아니라 더 이상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안나 뿐만이 아닌 왕국 내 사람들, 나아가 나라의 백성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까 두렵다며 스스로 나가게 됨 이두나와 아그나르는 자신들 또한 해칠까 두려워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엘사를 보고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떠나보냄 하지만 제1왕위 계승자를 무턱대고 보낼 수는 없으니 비록 어린 아이이기는 해도 후환이 될까 두려워 제2왕위 계승자를 암살 시도하려다 걸려 멀리 추방 보낸다는 명목을 세워 어디 먼 시골 산구석으로 엘사를 보내게 됨

그곳에 도착한 엘사는 이제 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아직 어린 아이인 만큼 이두나는 미리 농작민 부부에게 말을 해 엘사를 돌보도록 함 그 부부는 먼 옛날 노덜드라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부부였기 때문에 마법에 거부감이 없었고 엘사는 그렇게 공주였던 신분을 버리고 농작민 부부의 딸로 살아가게 됨




안나의 엘사에 대한 기억은 파비가 마법으로 아예 지워버리지만 흉터는 결국 없애지 못했고 어째서인지 다른 기억은 전부 지워졌지만 엘사가 안나를 공격한 그 순간의 기억만은 지워지지가 않음 파비는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마법이 안 통하는 걸 수도 있다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잊기를 바라야 한다고 함. 그렇게 엘사에 대한 언급이 일체 금지된 아렌델에서 안나는 본인이 언니가 있었다는 사실도 거의 잊고 지내게 됨.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항상 의문이 남아있었음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얼굴에 있는 이 흉터는 무엇이며, 왜 내 한쪽눈은 실명이 되었고 동공은 서리 모양인지,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하얀 백금발을 가진 이 어린아이는 누구인지 온갖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두나와 아그나르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고 백금발의 아이는 네가 꿈을 꾼 것이라고 말할 뿐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음.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까 이두나와 아그나르는 일이 있어 이웃 나라 코로나를 배를 타고 찾아가던 중 폭풍을 만나 침몰하게 되고, 왕으로 즉위한 안나는 왕이 되자마자 본격적으로 엘사를 찾아헤매기 시작함. 그 동안은 공주였기 때문에 커다란 권위가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었음.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지기 전 먼저 몇 년이 넘도록 지속되어온 그 빌어먹을 호기심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칠 것 만 같았음. 이름도, 나이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유일하게 흐릿한 얼굴만 기억나는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안나는 이 잡듯이 온 나라를 뒤졌음.



그렇게 찾아헤맨지 약 3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안나는 크리스토프라는 한 얼음 장수에게 우연치 않게 정보를 얻게 됨. 사람이 나다니는 흔적은 없고 길이라고는 짐승들이 다니는 길 밖에 보이지 않는 아주 거칠고 깊은 산 속에 어느 늙은 노부부가 사는데 그들에게 얼음을 가끔 배달해주던 크리스토프는 어느날 두 노부부 말고 또 한 사람이 살게 된 것을 보게됨. 흔치 않은 백금발을 가진 자라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누구냐고 물어보자 자식이라며 다정하게 웃던 노부부의 얼굴이 생각난다고 했음. 그치만 노부부는 둘 다 갈색 머리였고 그 사람은 환한 백금발의 머리였기에 아무리 봐도 친자식은 아닌 듯 보였다고 함. 안나는 그 말을 듣고 어쩐지 그 자가 자신이 찾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음. 기억 속에 남은 사람은 아주 어릴 적 모습이고, 남아있는 단서는 백금발이라는 정보 하나뿐이지만 안나는 확신했음. 그가 바로 내 기억의 주인이라고.


안나는 곧바로 말과 몇 몇의 호위병을 이끌고 크리스토프의 길안내를 따라 산으로 찾아갔지만 산이 너무 거칠어 말을 타고 올라가기란 불가능 했음. 크리스토프가 이 산은 사람이 직접 짐승처럼 타고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안나는 모든 병사를 산 밑에 대기 시켜놓고는 홀로 올라갔음. 익숙하지 않은 길에 자꾸만 발을 삐끗했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았음. 멀리서 사람이 사는 걸 알리는 듯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이자 안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조금씩 걸렸음. 이제 곧이야, 이제 곧.




얼마나 올랐을까 안나는 거친 호흡을 다스리며 작은 오두막 앞에 서 숨을 한 번 들이키고는 문을 두드렸음. 조금 있다가 안나를 맞이한 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늙은 노인이었음. 갑작스런 손님에 놀란 건지 크게 뜨인 동공을 무시하고 안나는 열린 문 사이로 집안을 훑어보았음. 하지만 집 안에는 자신 앞에 선 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음. 뭐야? 잠시 당황하는 안나의 뒤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음. 뒤돌자마자 눈 앞에 보인 건 도끼와 사냥에 성공한 듯 토끼 몇 마리를 손에 쥐고 있는 또 다른 노인과 장작으로 쓸 나무를 들고 있는 엘사였음.

엘사,

토끼를 떨어트리고 도끼를 바투 쥔 채 노인이 마치 보호하려는 듯 엘사의 앞을 막아섰음. 엘사. 이름이 엘사구나. 안나는 자신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음. 흥분감이 발을 타고 올라와 온 몸을 찌릿하게 울려 마비시켰고 입가는 기쁨으로 파르르 떨렸음. 엘사. 엘사엘사엘사. 두 글자로 된 짧은 단어를 되뇌일수록 눈이 뜨이고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음. 순간 자신의 뒤에 선 노인이 저를 잡아 오두막 안에 밀치고는 밖으로 빠르게 뛰어나와 문을 막아섰음. 잠시동안 멍하니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안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문을 쾅쾅 두드렸음. 열어! 문을 막고 선 노인은 엘사에게 소리쳤음.




"도망가라, 엘사!"
"하지만・・・"

안 돼.

"저놈이 입고 온 건 아렌델의 제복이야, 잡히면 끝이다. 당장 도망쳐라. 강가로 뛰어가 작은 나뭇배를 타고 코로나로 향해라. 그곳은 아직 너에 대해 모를 거야, 거기라면 안 들키고 살아갈 수 있어."

"할머니,"

"왕의 명령이다, 엘사!"

"어서!"

"돌아와!"



여러 성난 목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엘사는 망설이다 꾸벅 인사를 드리곤 강가로 뛰어갔음. 또 다시 정든 이들을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고는 열심히 달렸음.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만큼 산을 타는데 능숙한 엘사는 산을 훤히 꿰고 있었음. 강으로 가는데 얼마나 걸리지? 5분. 이곳이 익숙치 않다면? 적어도 어림잡아 40분. 엘사는 뛰어가며 생각했음. 그 놈이 어떻게 여기를 찾아왔는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간에 이렇게 또 도망칠 수는 없었음. 이번에는 안 돼. 엘사는 잠시 멈추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오두막을 향해 뛰어갔음. 그 동안 지내면서 엘사는 자애로운 노부부에 의해 마법을 어느정도 다룰 수가 있게 되었음. 사람도 짐승도 찾기 힘든 깊은 숲 속에서는 마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고, 노부부는 자신이 마법을 다룰 수 있도록 인도해주었기 따문에 자신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사라진 상태였음. 그래도 동물을 사냥할 때가 아닌 사람을 공격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엘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주먹을 쥐었음.





안나는 굳게 닫힌 문을 쿵쿵 두드리며 으르렁 거렸음.

"열어! 당장! 이건 반역이다, 명령에 불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 텐데!"

성난 이리의 소리가 오두막을 넘어 숲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음. 안나는 아무리 두드리고 밀어도 열리지 않자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발로 힘껏 문을 차기 시작했음. 두 세번 반복하자 삐걱거리는 나무 문이 빠지직 소리를 내며 부숴지기 시작했음. 이윽고 콰작거리며 나무문이 부숴지며 해방되자 안나는 곧 바로 검을 뽑아들고 도끼와 몽둥이를 들고 있는 노부부를 향해 겨누었음. 두 명이라고는 해도 늙은 노인이 팔팔하고 젊은 청년 한 명을 감당하기란 힘들었음.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며 둘은 눈빛을 교환했음. 아무리 늙었다해도 본인들은 이곳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왔기에 모든 길을 알고 있었음. 제아무리 젊어도 익숙치 않은 거친 숲길을 달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기에 노부부는 기회를 틈타 내리막길 쪽으로 뛰어들어 도망치기로 결심함. 지금쯤이면 이미 엘사는 배를 타고 멀리 도망쳤을 것이고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신호를 주려는 순간, 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음.



셋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엘사가 서 있었음. 노부부는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음. 네가, 왜 도로 여기에... 그 순간 안나가 달려들어 노부부를 검으로 찍어눌렀음. 다른 한 명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검을 비틀어 복부를 찢어 곧바로 다리를 베자 가래 끓는 비명 소리와 함께 땅에 머리를 박고는 쓰러졌음. 엘사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으며 안나를 향해 마법을 날리려는 그 순간,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든 얼굴을 보고 몸이 굳어버렸음.

제복을 입은 군인의 얼굴에는 선명한 얼음 형태로 된 흉터가 있었음. 마치 자신이 어릴 적 상처 입힌 동생의 얼굴처럼.

・・・안나?

엘사의 입에서 저주 같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음.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한 목소리였음.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들은 안나는 픽 웃음을 지었음. 다정함과는 먼 광기 어린 웃음이었지만 안나는 환히 웃으며 검을 뽑아들고 성큼성큼 엘사에게로 걸어왔음. 엘사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자 안나는 순간적으로 엘사의 팔을 그어버렸음. 학,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든 엘사가 공격하려 팔을 들었지만 안나의 얼굴을 볼 때마다 도저히 공격할 수가 없었음. 죄책감이 등을 타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장악했음. 땅바닥에 쓰러져 피웅덩이에 잠겨 아직도 낮게 신음하고 있는 노부부를 버려두고 엘사는 뒤돌아 도망치려 했음. 그러나, 그 순간 등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두어번 느껴져 엘사는 다리를 휘청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짐. 이어 발목에서도 통증이 느껴지자 엘사는 몸을 둥글게 말고는 쿨럭거리며 고통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다잡으려 애썼음.



안나가 저벅저벅 다가와 엘사의 뒷덜미를 잡고는 확 일으켜세워 자기 앞에 무릎 꿇게 만들었음. 자신을 떨리는 동공으로 아무 말도 못한 채 입만 뻐끔거리며 바라보는 엘사 앞에 안나 또한 한 쪽 무릎을 꿇어 쳐다보았음.

"엘사."
"・・・"
"대체 네가 뭐길래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
"내가 왜 그토록 너를 갈망했을까?"

이건 빌어먹을 호기심이 아니야. 집착으로 이루어진 더러운 감정이지. 안나는 엘사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음. 대답은 없었음. 검으로 엘사의 허벅지를 한 번 찔렀음. 짧은 비명이 들려왔음. 그렇지? 한 번 더 허벅지를 찌르자 허억, 하는 숨이 넘어갈 듯 한 소리가 들렸음. 응? 이번에는 검을 들어 엘사의 한 쪽 뺨을 느리게 베었음. 검이 지나간 선을 따라 핏방울이 맺히며 조금씩 뺨을 타고 흘러내렸음.

"・・・안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안나는 한 쪽 장갑을 벗고는 부드럽게 목을 쓰다듬다 순간 쎄게 쥐었음. 꺼걱하는 숨이 막히는 소리가 들리고 엘사가 자신의 손을 떼어내려 하다 멈칫 망설이며 끝내 닿지도 못 하고 다시 내려놓는 것을 보고 안나는 목을 그러쥔 손을 풀고는 다정하게 점점 목에서 뺨으로 손을 올려 쓰다듬었음. 그리곤 엘사를 제 품안에 가까이 끌어당겨 목에 얼굴을 파묻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쉬곤 깨물었음. 아, 고통에 찬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살에 이빨이 파고들 정도로 깨물고는 조심스럽게 혀로 상처를 핥고는 밀어내어 안나는 엘사를 다시 바라보았음. 엘사의 눈에 고인 눈물이 결국 참지 못 하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음.


엘사는 생각했음. 어쩌면 괴물은 자신이 아닌 제 눈 앞에 있는 이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이런 설정으로 엘사한테 집착하는 안나가 보고 싶다 안나는 엘사가 제 언니인지도 제1왕위 계승자였던 것도 모름 오직 얼굴에 남아있는 흉터와 흐릿한 머릿속 기억 하나만으로 찾아다님 그렇게 엘사를 찾고는 왕국으로 끌고 와 감금하는 안나가 보고 싶다

안나는 엘사가 왜 자신을 공격 못 하는지 모름 마법을 못 쓰는가 했더니 얼음이 주변으로 방출되는 걸 보면 그건 아니고, 산을 내려왔을 때 다른 병사들을 보고 마법으로 공격한 걸 보면 분명히 마법을 쓸 수 있는데, 자신도 어릴 적 그 기억이 맞다면 공격한 적이 있으면서 왜 지금은 못 하는 건지 의문이었음. 엘사는 동생을 상처 입힌 죄책감에 아직까지도 공격하지 못 하는 거고. 가족을 사랑해 스스로 추방을 선택했을 정도니까. 엘사의 마법 때문이었는지 안나는 어릴 적부터 꽤나 흉폭하게 자랐는데 왕이 된 후로는 더더욱 심해져 주변국에서 두려워할 정도였음. 엘사는 자신이 산에서 박혀살면 모든 게 다 해결되고 안전할 줄 알았는데 동생이 그렇게 됐다는 걸 깨닫고는 더더욱 가슴 아파하겠지. 안나가 광적으로 자신에게 집착하며 온갖 걸 다 하는데도 거부하지도 못 하고 애써 눈만 돌리며 받아낼 거임. 눈을 마주치지 못 하는 이유는 안나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보이는 흉터 때문에.


나중에 엘사가 제 언니라는 사실과 트롤이 마법으로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포함해 모든 걸 알게 된 안나가 엘사와의 트루러브로 흉터는 사라지고 다시 시력을 되찾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