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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잭 런던의 화이트팽에서 따왔습니다.
이건 소설 아니고 썰임.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운에서 태어난 바이가 맨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은 정직은 쓸모없으며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 것이고 이곳의 모든 이들은 타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운에도 계급이 나누어져 있고 바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서 살았다고 했는데 벤더가 거두어 간 후에도 계속 밑에서 살았던 걸까 만약 벤더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었더라면 바이랑 파우더는 어떻게 살았을까 일단 벤더의 뒤를 이어 바이는 자운의 우두머리가 됐겠지 파우더도 징크스가 되지 않고 무난하게 잘 자라지 않았을까? 근데 어릴 때부터 있던 분리불안 애착장애 정신병 그런 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갈수록 심해졌을 듯... 자운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 같고... 어쩌면 과거처럼 이번에는 바이가 혁명을 이끌었을 지도
근데 만약 혁명이 성공했다면 바이와 케이틀린은 적이 되어서 만났겠지? 어쩌면 필트오버를 점령한 후 의회로 가던 바이랑 입구를 지키던 집행자 케이틀린이랑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바이에게 총 들이밀고 자운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케이틀린이랑 윗동네 놈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으르렁거리는 바이... 필트오버의 집행자들과 자운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여러 성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가드하듯이 건틀릿을 얼굴에 가까이 올려 바투 쥐고는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케이틀린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는 바이...
- 의회로 올라가서 어떻게 할 셈이야?
- 몰라서 물어? 항복을 받아내야지.
- 항복을 받아낸다니, 일방적으로 침입해 놓고는 그게 무슨 소리지? 목적이 뭐야?
저 어리석은 표정과 의아하다는 말투하고는!
- 필트오버는 끝났어, 컵케이크! 경계는 무너지고 자운과 함께 통합될 거야. 윗동네고 아랫동네고 전부 다 뒤섞여 구분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너도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저리 비켜. 험악하게 쉭쉭거리며 증기를 뿜는 건틀릿을 한 번 주먹을 꽉 쥐고는 바이는 성큼성큼 의회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음. 아마 의원들은 구름과 맞닿아 있는 저 꼭대기층에 모여있겠지. 벤더가 실패했던 일을 내가 성공시키는 거야. 이번에야 말로.
더 이상 뵈는 게 없는지 한껏 사나운 얼굴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바이를 보고 케이틀린은 당황하며 자세를 바로 잡고는 총구를 얼굴 코앞까지 들이밀었음.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계속 넘어가면서 자운을 방치하지 않았냐 되물으며 들개마냥 목울대를 연신 울리며 그르렁거리는 바이에 케이틀린은 결국 말을 멈춘 채 아랫입술만 윗니로 물어뜯으며 총을 살짝 기울여 바이의 다리를 향해 조준했음.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쏴버린 후 허벅지를 관통당해 무력하게 앞으로 엎어진 바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 손목을 허리 뒤로 올려 수갑을 채우고 난생 처음 겪는 묵직하고 터질 듯한 고통에 얕은 울음기가 섞인 신음을 흘리는 바이에게 진정하라고, 지혈을 해줄 테니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며 케이틀린은 손수건을 꺼내 상처를 손으로 꾸욱 누르고는 천으로 단단히 묶었음. 신경이 쏠린 허벅지에 총을 맞은 탓에 고통에 몸부림 칠 기운조차 없어 흐리멍텅한 목소리로 바이는 의원들이 있을 꼭대기층을 간신히 고개를 올려 바라보며 말했음. 지금은 안 돼,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지금은 안 된단 말이야・・・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바이는 정신을 잃었음.
그 뒤에는 이대로 두면 혁명의 주동자로 바이가 감옥에 잡혀 들어갈 게 뻔하니 몰래 필트오버 사람의 옷으로 갈아입혀 사건에 휘말려 다친 시민이라고 거짓말 치고 자기 방으로 데려와 돌보는 케이틀린이랑 바이가 사라져서 감옥에 잡혀간 줄 알고 복수심에 눈이 돌아버려 징크스가 되어가는 파우더로 꼬이고 얽힌 케틀바이징크가 보고 싶다... 하지만 마일로랑 클래거나 벤더와 에코도 살아있으니 그 정도로 미쳐돌아가지는 않고 오직 언니를 되찾고 필트오버를 전복시키겠다는 목표 하나로 폭탄 개발에 열을 올리는 파우더... 여기서는 바이가 케이틀린 정말 싫어하고 증오할거 같은데 또 은근 마음은 여려가지고 자기 상처 치료해주고 감옥 안가게 숨겨주고 도와주고 그래서 애정과 증오가 섞여 혼란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케이틀린도 원래대로라면 감옥에 보내야 하는게 맞는데 눈빛을 보면 그럴수 없어서 혼란스러워했으면...
탈출할 기회도 이미 여러번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키라먼 의원도 죽일 수 있었지만 바이는 매번 그럴 때마다 케이틀린이 떠올라 머뭇거리다 체념하고는 했음. 엿이나 먹으라지. 끽해야 방에 있는 수많은 화분 중 하나를 창문 밖에 집어던져 집행자들의 악에 받친 목소리를 듣는 게 사소한 복수이자 일상의 낙이 되어버리자 자신이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허탈해지기도 했음. 흙과 먼지에 얼룩지고 낡아빠진 자신의 옷 대신 어울리지도 않는 필트오버의 고급진 비단옷을 입고 있노라니 자꾸만 파우더가 떠올라 바이는 괴로워했음. 그렇다고 다리를 쏠 건 뭐람. 차라리 죽이려면 머리를 쏘던지. 왜 자신을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고 들키면 위태로울 거짓말을 치면서까지 살려두고 보호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음. 혁명의 주동자인 자신을 잡으면 승진은 물론이요 금세 높은 자리까지 꿰찰 수도 있었을 텐데.
아, 어차피 의원님의 자식이니까 그런 건 상관없나.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온 만큼 자신은 잠깐의 방황이자 일탈에 불과한 건지, 장난감 취급을 하고 싶어서 곁에 둔 건지 바이는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무방비하지 않나 싶어 되려 의아함만 더 커져갔음. 자신을 묶어두지도 않고 한 방에서 같이 지내는 것부터가 무척 위험한 행동일 텐데. 얘는 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지? 바이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자던 케이틀린의 얼굴을 떠올렸음. 날 앞에 두고 자고 있는 거야? 내가 도망칠지, 죽일지 어떻게 알고?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바이는 자는 케이틀린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봤음. 안 좋은 꿈을 꾸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을 벌리고 흐응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케이틀린에 바이는 주먹을 가볍게 쥐고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음.
- 필트오버는 멍청한 놈들 투성이죠, 벤더.
- 집행자는 제 가족의 원수이고요.
- 그런데 도움을 받으면 갚아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잖아요.
전 어떻게 해야하죠? 벤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바이는 감도 잡지 못한채 탄식에 빠져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웅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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