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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하이에나

책과 집 2022. 2. 27. 21:21

로오히 엘리트 빛시안


시안이 발카리오스라는 성을 얻기 전, 시안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릴 때 그가 얻은 또 다른 이름이자 애칭으로는 하이에나가 있었다. 무두리도 이리도 범도, 하다못해 자칼도 아닌 하이에나라는 이런 모멸적인 지칭이 붙어 용병들 사이를 떠돌고 있다니 이젠 모두들 제 짧은 이름 하나도 까먹은 건가 싶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이에나. 시체 사이를 떠돌아다니며 썩어문드러진 가죽을 코로 헤집어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먹고 때로는 뼈까지 씹어먹어 음울하고 집착적인 인상을 남기는 짐승.

금안의 하이에나. 시체가 가득한 제대로 된 무덤 하나 없는 무덤가를 떠돌아다니며 한 때는 살아숨쉬고 고동쳤을 심장이 멈춰 이제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고깃덩이를 뒤지며 살아남았던 시안.

그리 생각하니 제 처지가 짐승과 딱히 별 다를 바가 없어 시안은 자신에게 붙은 조롱이자 혹은 존경의 상징이기도 할 별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 이렇게 어린놈이 삶에 집착해 시체를 뒤적거리면서까지 아득바득 살아남으려는 꼴을 보면 누구든지 존경심이든 동정심이든 혹은 혐오감이든 들겠지. 그런 감정들이 모여 제게 붙은 별명이 바로 하이에나일 터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더 악착같이 살아남아줘야지. 책임없는 자유란 방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어린 하이에나가 자라서 무리를 이뤄 곧 자신들을 뼈째로 씹어먹으러 올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줘야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끔찍하고도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전장을 제 집 드나들듯 오가면서 시안은 생각했다. 저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에 마땅히 보답해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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